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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2

콩쿠르를 준비하는 법

이건준 · 대금 연주자

학생부 무대부터 일반부 무대까지, 저는 여러 번의 콩쿠르를 치렀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은 대회도 있었고 아쉽게 내려온 무대도 있었습니다. 그 경험을 돌아보면 결과를 가른 것은 당일의 컨디션이 아니라 준비의 구조였습니다. 콩쿠르는 재능을 겨루는 자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준비를 겨루는 자리에 가깝습니다.

첫째, 역산으로 계획을 세운다

저는 대회 날짜에서 거꾸로 계산해 계획을 세웁니다. 본선 날짜를 기준으로 마지막 이 주는 새로운 것을 더하지 않는 기간으로 비워 둡니다. 그 앞의 한 달은 전곡을 통으로 연주하며 다듬는 기간, 그보다 앞선 기간은 부분을 파고드는 기간입니다. 이렇게 구간을 나누면 남은 날짜에 쫓기는 대신 오늘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집니다.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루 여덟 시간을 잡아 놓고 사흘 만에 지치는 것보다, 네 시간을 매일 지키는 편이 낫습니다. 콩쿠르 준비는 단거리가 아니라 몇 달짜리 장거리입니다. 저는 계획표에 연습 시간만이 아니라 쉬는 날도 미리 적어 둡니다. 쉬는 것도 계획의 일부여야 죄책감 없이 쉴 수 있습니다.

둘째, 곡을 소화한다

곡을 외우는 것과 곡을 소화하는 것은 다릅니다. 외운 곡은 순서를 알고 있는 상태이고, 소화한 곡은 어느 지점에서 시작해도 이어 갈 수 있는 상태입니다. 저는 곡을 장단 단위로 잘라서 임의의 지점부터 불어 보는 연습을 합니다. 중모리 중간에서 시작해 보고, 자진모리 끝 부분만 따로 불어 봅니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무대에서 한 번 흔들렸을 때 돌아올 자리가 없습니다.

소화의 또 다른 기준은 느리게 불어도 음악이 되는가입니다. 원래 속도의 절반으로 불었을 때 시김새의 구조와 숨자리가 그대로 살아 있으면 그 대목은 제 것이 된 것입니다. 빠른 속도는 종종 허점을 가려 줍니다. 느린 속도는 모든 것을 드러냅니다. 저는 대회 한 달 전까지는 일부러 느린 연습의 비중을 높게 유지합니다.

셋째, 무대를 시뮬레이션한다

마지막 단계는 연주가 아니라 상황을 연습하는 것입니다. 저는 대회 이 주 전부터 실제 무대의 조건을 흉내 냅니다. 입장하는 걸음부터 인사, 악기를 드는 순간, 첫 음까지를 하나의 동작으로 묶어서 반복합니다. 첫 음 이전의 삼십 초가 사실상 연주의 절반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사람 앞에서 통주하는 자리를 여러 번 만듭니다. 동료 두세 명 앞이라도 좋습니다. 혼자 연습실에서 완벽하던 대목이 사람 앞에서 처음으로 무너지는 경험은, 대회장이 아니라 연습 단계에서 미리 해 두어야 합니다. 무너지는 지점을 알아야 보강할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의 목적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을 앞당겨 만나는 것입니다.

당일에는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지킵니다. 준비한 만큼만 하겠다는 마음이 오히려 준비한 것 이상을 꺼내 줄 때가 많았습니다. 콩쿠르는 그날 하루의 승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앞의 몇 달이 무대 위에서 재생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결과가 어떻든 준비의 과정을 먼저 복기합니다. 다음 무대는 언제나 거기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