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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9

무대 긴장을 다루는 법

이건준 · 대금 연주자

무대에 오르기 전에 심장이 빨라지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콩쿠르 무대든 단체 연주든, 횟수가 쌓여도 긴장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긴장의 크기가 아니라 긴장을 대하는 제 태도입니다. 저는 이제 긴장을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조건으로 봅니다.

긴장이 무너뜨리는 순서

긴장이 연주를 무너뜨릴 때는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호흡이 위로 뜨고, 다음으로 입술과 어깨가 굳고, 마지막으로 머리가 빨라집니다. 머리가 빨라지면 템포가 밀리고, 밀린 템포를 의식하는 순간 실수가 나옵니다. 이 순서를 알고 나면 대처의 순서도 정해집니다. 생각을 다스리려 애쓰기 전에 몸부터 되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 응급처치는 언제나 호흡입니다. 무대 옆에서 대기할 때 저는 길게 내쉬는 숨을 반복합니다. 들이쉬는 숨이 아니라 내쉬는 숨에 집중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긴장한 몸은 이미 숨을 많이 담고 있어서, 더 들이쉬려 하면 오히려 답답해집니다. 끝까지 비워 내는 숨이 몸을 아래로 가라앉혀 줍니다.

첫 음 이전의 설계

무대 긴장의 절반은 첫 음 이전에 결판납니다. 저는 입장부터 첫 음까지의 동작을 미리 하나의 절차로 정해 둡니다. 걸어 나가는 속도, 인사하는 깊이, 악기를 드는 순간, 취구에 입술을 대고 머무는 시간까지 전부 연습 때 정한 그대로 합니다.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판단할 일을 줄일수록 긴장이 파고들 틈도 줄어듭니다.

특히 첫 음을 내기 전에 반드시 한 호흡을 온전히 쉬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긴장하면 이 한 호흡을 건너뛰고 서둘러 시작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첫 음이 뜨면 그 소리가 다시 저를 긴장시키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첫 음 하나를 제대로 내면 그 소리가 거꾸로 저를 안정시켜 줍니다. 소리가 연주자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실수 이후가 실력이다

아무리 준비해도 무대에서 실수는 일어납니다. 저는 실수 자체보다 실수 이후의 세 장단이 그 무대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흔들린 자리를 되새기며 연주하면 다음 실수가 따라옵니다. 지나간 소리는 지나간 것으로 두고 지금 내는 소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이것은 마음가짐의 문제라기보다 연습으로 만들어 두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연습 때 일부러 실수 상황을 만들어 복귀를 연습합니다. 통주 중에 틀려도 멈추지 않고 이어 가는 규칙을 정해 두면, 무대에서도 같은 회로가 작동합니다. 멈추고 다시 하는 연습만 해 온 사람은 무대에서 멈출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무너집니다. 이어 가는 능력은 따로 길러야 하는 능력입니다.

긴장은 제가 이 무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무대에서는 긴장하지 않지만, 그런 무대에서는 좋은 연주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적당한 긴장은 소리를 깨어 있게 합니다. 저는 오늘도 긴장을 없애는 법이 아니라, 긴장한 채로 제 소리를 내는 법을 연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