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25
상을 받는다는 것, 그 다음
이건준 · 대금 연주자
제 이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줄은 아마 수상 기록일 것입니다. 제16회 전국대금경연대회 학생부 금상에서 시작해, 제36회 동아국악콩쿠르 학생부 은상, 제17회 전국대금경연대회 일반부 대상, 제44회 온나라국악경연대회 은상을 지나 제41회 동아국악콩쿠르 금상까지 왔습니다. 이 줄들을 두고 사람들은 순탄한 성장의 기록으로 읽습니다. 안에서 겪은 저에게는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상이 실제로 주는 것
상이 주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먼저 마감이 있는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가 연습을 압축시킵니다. 대회를 준비한 몇 달 동안 늘어난 실력은 대회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는 기회입니다. 수상 이력은 무대와 사람을 연결해 주는 소개장 역할을 했고, 그 무대들이 다시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부에서 일반부로 넘어가며 받은 상들은 단계마다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학생 때의 상이 가능성에 대한 격려였다면, 일반부의 상은 동료 연주자들 사이에서의 검증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일반부 대상을 받았을 때는 이제 학생이라는 유예가 끝났다는 통보처럼 느껴졌습니다. 상이 클수록 격려의 성분은 줄고 책임의 성분이 늘었습니다.
상이 해 주지 않는 것
그러나 상이 해 주지 않는 것이 더 많습니다. 상은 다음 날 아침의 연습을 대신해 주지 않습니다. 수상 다음 날에도 롱톤은 같은 자리에서 시작되고, 어제 안 되던 대목은 여전히 안 됩니다. 시상식의 소란과 연습실의 고요 사이의 낙차를 처음 겪었을 때, 저는 그것을 공허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습니다. 지금은 그 고요가 원래의 자리라는 것을 압니다.
상은 또한 제 소리가 완성되었다는 증명이 아닙니다. 심사는 그날의 연주에 대한 평가이지 연주자에 대한 보증이 아닙니다. 수상 이후에 오히려 소리가 정체되는 경우를 저는 여럿 보았고, 저 자신에게서도 그 조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받은 상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연주를 조심스럽게 만들고, 조심스러운 연주는 자라지 않습니다.
다음이라는 질문
그래서 저에게 중요해진 것은 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다음이라는 질문입니다. 대회는 등수를 매기지만, 등수가 매겨지지 않는 시간이 연주 인생의 대부분입니다. 그 시간에 무엇을 목표로 삼을 것인가. 저는 그 답을 다시 소리에서 찾기로 했습니다. 작년의 나보다 나은 소리, 어제 이해하지 못했던 가락의 결을 오늘 이해하는 것. 심사위원 없이도 확인할 수 있는 성장이 있습니다.
수상 이력을 성장 서사로 읽어 주시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다만 저는 그 서사의 다음 장이 더 큰 상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무대, 깊어진 산조, 언젠가 제 소리를 듣고 이 길을 택하는 학생이 있다면 그것이 다음 장입니다. 상은 이정표였지 목적지가 아니었습니다.
돌아보면 상을 받던 순간보다 상을 준비하던 시간이 저를 만들었습니다. 그 시간의 밀도는 지금도 제 몸에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도 대회에 나갈 일이 있을 것이고,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결과 앞에서도 다음 날 아침 같은 자리에서 롱톤을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상에게서 배운 전부이자 가장 큰 것입니다.